Tell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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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챕터 13 · 5745단어 · ~29 분 소요

머리를 베개에 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초조함이 있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지만, 이유도 모른 채 그녀가 깨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눈을 뜨자마자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평온과 안도감이 내게는 없었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아직도, 자신에게 내려질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내 마음이 떨리는 걸까? 그녀에게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내 모든 소망이 최대치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내 마음속에 텅 빈 부분이 있고, 그 공허함이 거의 육체적인 고통으로 느껴졌다. 무엇인가 부족했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일까? 집을 나선 후 무언가를 잊어버렸음을 깨닫고 멈칫하지만, 무엇을 잊었는지 도무지 찾지 못해 기억과 주머니를 뒤지다가, 마침내 포기하고는 마음은 뒤에 둔 채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처럼 괴로웠다.

한동안 마리아의 고른 숨소리가 끊긴 것을 알아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어딘지 모를 한 점에 고정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조차 쓸어 올리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미지의 곳을 계속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가 꽤 오래전부터 깨어 있었음을 알았고, 내 안의 불안이 갑자기 커져 가슴이 보이지 않는 테로 감싸이고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무의미한 감정과 부질없는 두려움이 지금 이 순간 전혀 필요 없다는 것,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날을 망상과 나쁜 예감으로 어둡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할수록 더욱 속이 상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었다. "일어나셨어요?" "네... 당신은 일어난 지 오래됐어요?" "조금 전이에요."

그 목소리가 나에게 다시 용기를 주었다. 오랫동안 내 귀에 가장 달콤하게 익숙했고, 내게 오직 좋은 기억만을 떠올리게 했던 그 목소리가 갑자기 나타난 믿음직한 친구처럼 내 마음에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일어나셨어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사실 요즘 들어 우리는 서로 아무렇게나 가끔 '너'라고, 가끔 '당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밤이 지난 아침에 나에게 이렇게 말해야 했던 걸까?

아직 잠이 덜 깼는지도 몰랐다.

침대에서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평소 진심 어린 다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틀란틱에서 손님들에게 대하던 미소와 비슷했다.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일어날게... 너는?" "모르겠어... 몸이 별로 좋지 않아. 좀 몸살 기운이 있어... 아마 술 때문이겠지... 등도 아프고..." "어젯밤에 추위를 탔나 보다." 내가 말했다. "맨몸으로 거리에 나갈 게 뭐 있었어?"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등을 돌렸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재빨리 옷을 입었다. 그녀가 누운 자리에서 눈으로 나를 따라가는 것을 감지했다.

방 안에는 답답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내 생각엔 재치 있는 말을 해보려고 했다. "우리 둘 다 침묵에 잠겼네... 우리 왜 이러는 거지? 정말 결혼한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한 걸까?"

그녀는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더욱 답답해져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를 어루만지고, 우리 사이의 얼음을, 더 굳어지기 전에 깨뜨리고 싶었다. 그녀도 몸을 일으켜 발을 아래로 내리고, 얇은 가디건을 걸쳤다. 여전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에는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침내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왜 답답해하는 거야?" 창백한 얼굴이 갑자기, 그때까지 본 적 없는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가슴이 무겁게 오르내리며 그녀는 계속했다. "더 바라는 게 뭐야? 다른 걸 바랄 수 있겠어?... 하지만 나는 원해... 많은 것들을 원하는데,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하고 있어... 모든 방법을 동원했어... 소용없어... 이제 너는 만족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어떡하라고?"

고개가 숙여졌다. 팔은 생명력 없이 축 늘어졌다. 맨발끝이 카펫에 닿았다. 엄지발가락을 위로 올리고, 다른 발가락은 아래로 구부렸다.

의자를 끌어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장 소중한 보물을, 삶의 이유를 잃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내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렸다. "마리아." 내가 말했다. "마리아! 나의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져야 할 이 순간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내 친구, 아니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졌어!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까. 이것이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이것을 시험해 보자고 했어. 아마 이것이 부족했던 건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내 마음속엔 여전히 그 공허함이 있어... 더 커져서... 어쩌겠어?... 잘못은 네게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런데 세상에서 너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아마 나는 원래 이런가 봐... 이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얼마나 바랐는지... 다르게 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라이프... 나의 착한 친구여... 네가 바란 만큼, 아니 너보다 더 내가 다르게 되기를 바랐다는 걸 믿어 줘... 어쩌겠어? 내 입에는 어젯밤 마신 술의 쓴맛과, 등에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잠시 말을 멈췄다. 눈을 감았다. 얼굴에 부드러움이 스며들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듯 달콤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어젯밤, 특히 여기 온 후로, 한순간 얼마나 많은 것을 바랐는지... 마법의 손에 의해 완전히 변화될 거라고, 내 영혼 속에 어린 소녀들처럼 순수하면서도 동시에 내 모든 삶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한 감격을 느끼게 될 거라고,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다른 세상으로 태어나듯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현실은 얼마나 다른지... 하늘은 여느 때처럼 흐리고, 내 방은 추워... 내 곁에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낯선, 모든 친밀함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별개의, 나와 다른 인간이 있어... 근육은 피로하고 머리는 아프고..."

다시 침대에 들어가서 등을 대고 누웠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인간들은 서로 일정한 한계까지만 가까워질 수 있고, 그 이상 더 다가가려는 모든 발걸음은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드는 거야. 너와 나 사이의 가까워짐에 한계나 끝이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를 정말로 괴롭게 하는 것은 이 희망마저도 무산되었다는 거야... 이제 우리 자신을 속일 필요는 없어... 더 이상 예전처럼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두 명의 철부지 친구처럼 손을 잡고 다닐 수도 없어... 이런 걸 왜, 무엇 때문에 포기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갖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잃어버렸어... 모든 것이 끝난 걸까? 그렇지 않을 거야. 우리 둘 다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알아. 그저 잠시 쉬고 서로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어. 서로를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낄 때까지... 자, 이제 가, 라이프. 그 순간이 오면 내가 널 찾을게; 아마 다시 친구가 되어 이번에는 더 현명하게 행동할 거야.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을 거야... 자, 이제 가... 너무 혼자 있고 싶어..."

그녀는 손을 눈에서 떼었다. 거의 애원하듯 내 얼굴을 바라보며 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 끝을 잡고 "잘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니, 아니, 그러면 안 돼... 네가 나에게 화난 채 가는구나...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가 외쳤다.

침착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며 내가 말했다. "화난 게 아니에요, 슬픈 거예요." "내가 슬프지 않을까? 나를 보지 못하는 거야?... 그렇게 가지 마... 이리 와!"

그녀는 내 머리를 당겨 가슴에 대고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뺨을 내 얼굴에 비볐다. "한 번 웃어 줘, 그리고 나서 가!"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웃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길에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시작했다. 거리는 한산했고,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남쪽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내 옆으로 김이 서린 창문을 단 전차와 마차들이 지나갔다. 걸었다... 어두운 얼굴의 집들, 포장 도로가 시작되었다... 계속 걸었다... 땀이 나서 외투 앞섶을 열었다. 도시의 끝에 도착했다. 다시 걸었다... 철도 교각 아래를, 얼어붙은 운하 위를 걸었다... 계속 걸었다. 몇 시간이고 걸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추위에 눈을 깜빡이며,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양옆으로 가지런히 심어진 소나무 숲이 있었다. 가끔 나뭇가지에서 퍽 소리 내며 눈덩이가 떨어졌다. 내 옆으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과, 멀리서 땅을 울리며 기차 한 대가 지나갔다. 걸었다... 오른쪽에 꽤 큰 호수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았다. 나무 사이로 방향을 틀어 그쪽으로 갔다. 숲 곳곳에는 길고 서로 얽힌 스키 자국이 있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작은 숲에는 아주 작은 소나무 묘목들이, 쌓인 눈 위에 하얀 망토를 두른 아이들처럼 떨고 있었다. 멀리 2층짜리 목조 시골 매점이 있었다. 호수 위에서는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들과 바짓가랑이를 묶은 청년들이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한쪽 발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제자리에서 돌고, 손을 잡고 저편 곶 뒤쪽으로 멀어져 갔다. 소녀들의 형형색색 목도리와 남자들의 금발 바람에 날리고, 그들의 몸은 규칙적인 동작으로 좌우로 휘어지며, 키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듯 보였다.

이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발목까지 눈에 빠지며 걸었고, 모든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시골 매점 뒤편을 돌아 맞은편 나무 아래로 갔다. 여기를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지만, 언제 왔는지, 여기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매점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약간 높은 곳에 몇 그루의 늙은 나무가 있었다. 거기서 멈추었다. 호수 위의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 네 시간째 걸어오고 있었을 것이다. 왜 길에서 벗어나 여기로 방향을 틀었는지, 왜 돌아가지 않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의 열기는 줄었고, 콧등에서 느껴지던 간질거림도 사라졌다. 다만 마음속에 엄청난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만하고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한 시기가 갑자기 텅 비어, 모든 의미를 잃어버렸다. 가장 달콤한 소망이 실현되는 꿈에서 쓰라린 현실로 깨어난 사람처럼 내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정말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전혀 화내지 않았다. 그저 슬펐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나는 말했다. 결국 그녀는 나를 도무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평생 누구에게도, 정말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어차피 여자들은 아주 이상한 존재들이었다. 내 모든 기억을 모아 판단을 내리려 할 때마다 나는 여자들은 결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자는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충족되지 않은 욕망에 괴로워하고,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려 하며, 놓친 기회를 한탄하고, 이것들이 그녀에게 사랑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마리아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음을 곧 깨달았다. 그녀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존재로 간주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도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보았다. 단지 나를 불쌍히 여겨서 그렇게 괴로워할 리가 없었다. 그녀 역시 찾고 찾을 수 없는 무언가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일까? 내게, 더 정확히는 우리 관계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여자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실제로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우리에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에게서 모든 거리 너머에 있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쓰라린 일이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도 말했듯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특히 내 편에서는...

그녀가 나에게 이럴 권리가 어디 있었을까? 수년 동안, 그 공허함을 분명히 보지 못한 채, 그럭저럭 살아왔고, 사람들을 피한다 해도 그것을 내 성격의 이상함 탓으로 돌리며 그저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만족시킬 삶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나는 외로움을 느끼고 괴로워했지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마리아, 더 정확히는 그녀의 그림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그런 상태였다. 그녀는 나를 갑자기 조용하고 어두운 세상에서 분리시켜 빛과 진정한 삶으로 이끌었다. 내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왔던 것처럼 이유도 없이 갑자기 떠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후로 옛 잠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여러 곳을 여행하고, 언어를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그녀, 마리아 푸더,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를 찾을 것이다. 그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지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평생 동안 미지의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도록 운명지었다. 그녀는 이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 앞에 펼쳐진 세월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애처로워 보였다. 이 짐을 견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바로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눈앞에서 장막이 걷히는 듯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기억났다. 이 호수는 반제였다. 언젠가 마리아 푸더와 함께 포츠담으로, 프리드리히 대왕의 '근심 없는' 궁전 공원을 구경하러 가면서, 그녀가 기차 창문으로 이곳을 가리키며, 지금 내가 서 있는 나무 아래에서 백 년도 더 전에 불행한 독일 시인 클라이스트와 그의 연인이 함께 자살했다고 말해 주었다.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을까? 아무렇게나 걷다가 눈에 띄어서 곧장 방향을 틀었을까? 아니면 집을 나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이 방향으로 왔던 걸까?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신뢰하는 존재와 헤어지고, 그녀가 두 인간은 일정한 한계까지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들은 후, 심지어 죽음까지도 함께한 이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 장소에 옴으로써 그녀에게 일종의 대답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세상에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려 한 것일까? 모르겠다. 심지어 그때 그런 생각을 했는지조차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서 있던 곳이 갑자기 발밑에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자의 가슴과 남자의 머리에 각각 권총탄을 맞고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풀 사이를 굽이쳐 흐르며 작은 웅덩이로 합쳐진 그들의 피를 내가 밟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운명처럼 그들의 피도 서로 섞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저기, 몇 걸음 앞에 그들이 누워 있었다. 아직도 함께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래쪽, 호수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허리를 잡은 커플들이 끝없는 여행을 떠난 사람들처럼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매점의 문이 이따금 열릴 때마다 음악 소리와 발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스케이트에 지친 사람들은 언덕을 올라 매점으로 향했고, 아마 그로그주를 마셔 몸을 데우고 좀 춤추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릿속에, 오직 내 자신의 영혼 속에 갇혀 있음으로써 그들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아래에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군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특별함이나 우월함이 아니라 결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대로 살아가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삶에 무언가를 더해 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내 영혼은 나무좀처럼 나를 갉아먹는 것 외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저 나무들, 그들의 가지와 아랫부분을 덮고 있는 눈, 저 목조 건물, 저 축음기, 저 호수와 그 위의 얼음층, 그리고 마침내 이 다양한 사람들 모두가 삶이 그들에게 부여한 일을 하느라 바빴다. 그들의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보이지 않는 의미가. 그러나 나는 굴대에서 이탈하여 허공에 굴러다니는 수레바퀴처럼 흔들리고 있었고, 그런 내 처지에서 나 자신에게 특권을 부여하려 애쓰고 있었다. 분명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삶은 나를 잃음으로써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서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고, 나도 누구에게서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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