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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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챕터 17 · 5850단어 · ~30 분 소요

그런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사건들에 적응하지 못했을까? 왜 삶에서 내 앞에 나타나는 매번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했고,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마치 나에게 해를 끼치려 오는 것처럼 불안하게 맞이했을까? 때로는 잠시 나 자신을 잊고, 어떤 사람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막다른 골목처럼 자리 잡은 그 무서운 판단이 즉시 모습을 드러내, "잊지 마라, 그가 너에게 더 가까웠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했잖아..."라며 나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한 걸음까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희망에 차면, 곧바로 나 자신을 추슬렀다: "아니다, 아니다. 그 사람은 나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었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거리조차 남아 있지 않았어... 그런데 결과가 이 꼴이야!" 하고 말이다. 믿지 않는다는 것, 믿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나는 매일 매순간 느끼고 있었다. 이 감각에서 벗어나려고 내가 했던 모든 시도는 허사로 끝났다... 결혼을 했다... 그날부터 아내가 나에게 다른 누구보다도 더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도 생겼다... 그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인생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을 결코 나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은 나에게 단 한 번도 흥미를 주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일했다.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았고, 그것에서 일종의 즐거움마저 느꼈다. 처남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빚, 빚의 이자, 그리고 결혼 비용이 내 손에 남아 있던 몇 가지 재산을 앗아갔다. 올리브 밭은 돈이 되지 않았다. 돈 있는 사람들은 유산을 헐값에 사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일 년에 일곱, 여덟 리라의 수확을 낼 수 있는 나무조차 뿌리째 반 리라에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처남들은 순전히 내 곤경에서 구해 주고 집안 재산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 빚을 갚아 주고 올리브 밭을 가져갔다... 열네 개 방이 있는 낡은 집과 몇 가지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직 살아 계셨고 발리케시르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셨다; 그의 소개로 도청 소재지에 있는 한 회사에 사무원으로 취직했다. 여러 해 동안 그곳에 있었다. 가족의 부담이 커질수록 내 삶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늘어나야 할 노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장인이 돌아가셨고 처제와 처남들이 내 책임이 되었다. 받는 사십 리라로 그들 모두를 먹여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내의 먼 친척이 나를 앙카라에 있는, 지금 내가 일하는 은행에 취직시켜 주었다. 내가 언어를 할 줄 알아서, 소심함에도 불구하고 빨리 승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전혀 예상과 달랐다. 내가 어디에 있든, 주변 사람들에게 내 존재와 부재는 똑같았다. 모든 곳에서 많은 기회가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충분히 있다고 스스로 아는 사랑을 쏟아붓고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라고 나에게 짧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무슨 필요가 있겠어? 새로운 실망, 새로운 좌절을 겪게 될 바에야 무슨 필요가 있겠어?" 하고 말이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을 믿었다. 너무나 많이 믿었기에, 그것에 속았다는 사실이 나에게 더 이상 믿을 힘을 남겨 두지 않았다. 그녀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화를 내거나, 섭섭해하거나, 그녀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한 번 상처받았다. 삶에서 가장 신뢰했던 사람에게 느낀 이 서운함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로 퍼져 나갔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에게 온 인류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녀에게 얽매여 있음을 볼 때마다 내 영혼은 더 큰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나를 이미 오래전에 잊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은 누구와 살고, 누구와 어울리고 있을지. 저녁 무렵 집에서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아내의 슬리퍼 소리, 접시 부딪히는 소리, 처제와 처남들의 말다툼을 들으며 눈을 감고, 나는 마리아가 이 순간 어디에 있을지 상상하곤 했다. 아마도 또 다시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식물원의 붉은 잎사귀 나무들을 바라보거나, 어스름한 전시관에서 지는 해가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빛 아래, 대가의 붓으로 탄생한 불멸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동네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샀다. 막 문을 나서려는데, 맞은편 집 방 하나를 세 들어 사는 총각의 라디오에서 베버의 오페라 '오베론' 서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손에 든 꾸러미를 떨어뜨릴 뻔했다. 마리아와 함께 갔던 몇 안 되는 오페라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고, 그녀가 베버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길에서는 항상 그 서곡을 휘파람으로 불곤 했다. 마치 어제 헤어진 것처럼 생생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물건, 재산, 모든 종류의 세상 행복에 대한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그러나 놓친 기회만은 결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떠올릴 때마다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운명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항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아내에게서도, 아이들에게서도, 대체로 집안 식구들로부터 더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걸 기대할 권리가 내게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그 이상한 크리스마스 날 처음 느꼈던 불필요함이라는 감각이 내게 완전히 자리 잡혀 있었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었겠는가? 겨우 빵 값 몇 푼 때문에 나를 참아 주는 것일까? 사람들은 서로의 물질적 도움이나 돈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다. 그것이 없다면, 가족을 가진다는 것의 진짜 이름은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하루빨리 끝나고, 그들이 더 이상 나에게 조금도 의존하지 않게 되는 그 순간을 갈망했다. 점차 내 모든 삶은 아직은 아주 먼 이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형태가 되었다. 마치 석방 날짜를 기다리는 죄수와 같았다. 날들은 오직 나를 이 결말에 가깝게 만든다는 점에서만 가치가 있었다. 마치 식물처럼, 불평도 없이, 의식도 없이, 의지도 없이,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점차 감각이 무뎌졌다. 어떤 일에도 감동하지 않았고, 어떤 일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가장 가치 있는 사람, 가장 좋은 사람,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나에게 가장 큰 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 다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믿었고, 가장 신뢰했던 사람에게서 속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믿을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해서 아마도 여러 해가 흐르고, 내가 기다리던 날이 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나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인생이 나에게 잔인한 장난을 쳤다. 좋다, 이제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못을 돌리지 않고,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조용히 견디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계속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지루했다,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다른 불평은 없었다.

어느 날... 그러니까 어제, 토요일, 정오쯤 집에 와서 옷을 벗었다. 아내가 이것저것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일은 가게들이 문을 닫으니까, 시장까지 좀 다녀와요!"라고 했다. 마지못해 옷을 입었다. 할레까지 걸어갔다. 날씨가 꽤 더웠다. 길거리에는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먼지 낀 공기 속에서 저녁 서늘함을 조금이라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장을 본 후에 꾸러미를 겨드랑이에 끼고 동상 쪽으로 걸어갔다. 집으로는 늘상 가던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아니라, 비록 좀 돌아가더라도 아스팔트 길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느 가게 앞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시계가 여섯 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내 팔이 붙잡히는 것을 느꼈다. 여자의 목소리가 내 귀 바로 옆에서 거의 고함치듯 말했다:

"헤어 라이프!"

이 독일어 호칭에 나는 몹시 놀랐다. 거의 겁에 질려 몸을 떨치고 도망갈 뻔했다. 여자가 나를 꼭 붙잡고:

"아니에요, 착각이 아니에요, 당신 정말 헤어 라이프 맞네요!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변하다니!" 하고 소리치며 길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보기도 전에 그 거대한 체구에서 그녀가 누군지 알아차렸다. 목소리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 프라우 판 티데만, 앙카라에서 당신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아뇨, 프라우 판 티데만이 아니라... 그냥 프라우 되프케예요! 남편 하나 때문에 하나는 희생했지만, 그게 손해는 아니에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네, 네, 당신 짐작대로요... 당신이 돌아가시고 얼마 안 있어 우리도 하숙집을 떠났어요... 물론 함께요... 프라하로 갔답니다"

프라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음이 찡했다. 아까부터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일을 이번에는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뭘 물어야 할까? 그녀는 나와 마리아의 관계를 몰랐는데, 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까? 그러면 그녀가 말할 것들은... 이런 것들을 아예 모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여러 해 - 꼭 십 년, 아니 그보다 조금 더- 가 지난 후에 알게 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가 아직 길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말했다:

"어디 가서 앉아 있죠; 서로 물어볼 것들이 있을 테니까... 앙카라에서 당신을 보게 되어 아직도 놀랍습니다!"

"네, 어디 앉아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우리 기차 시간이 다 되어 가요, 한 시간도 안 남았어요... 놓치면 안 되니까요... 앙카라에 당신이 있는 줄 알았다면 꼭 연락했을 텐데. 어젯밤에 도착했어요. 오늘 저녁에 떠납니다..."

나는 이제야 그 여자 옆에 여덟, 아홉 살쯤 된 창백한 얼굴의 조용한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웃으며:

"따님이신가요?"라고 말했다.

"아뇨," 그녀가 말했다. "친척 아이예요! 제 아들은 법학 공부를 마치고 있어요!"

"여전히 책을 추천해 주시나요?"

그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웃으며:

"네, 맞아요, 하지만 이제 제 추천을 듣지 않아요. 그때는 아주 어렸거든요... 열두 살쯤... 세상에, 세월이 참 빠르네요!.."

"네... 그런데 당신은 전혀 변하지 않으셨네요!"

"당신도요!"

조금 전에 그녀가 더 솔직했던 기억이 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래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리아 푸더에 대해 물어볼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나는 계속 불필요하고 나와 상관없는 주제들만 둘러대고 있었다.

"앙카라에 왜 오셨는지 아직 말씀 안 하셨네요!"

"아, 네, 그래요, 그것 참 이야기해 드리죠... 우리는 앙카라에 온 게 아니에요, 앙카라를 지나가는 거예요...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요."

그녀는 한 레모네이드 가게에서 5분간 앉아 있기로 동의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편은 지금 바그다드에 있어요. 아시죠? 그분은 식민지 무역상이에요!"

"하지만 바그다드는 독일 식민지가 아닌 것 같은데요!"

"알아요, 참... 하지만 남편은 더운 지방의 농산물 전문이에요. 바그다드에서 대추야자 거래를 하고 있어요!"

"카메룬에서도 대추야자 거래를 하셨나요?"

여자는 '참 무례하시네'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몰라요, 직접 편지해서 물어보세요! 여자는 장사 일에 끼워 주지 않아요!"

"지금은 어디로 가시는 길이죠?"

"베를린으로요... 고향도 방문할 겸,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창백한 아이를 가리키며: "이 아이 때문에요... 좀 약해 보여서 겨울을 우리 집에서 보냈어요. 이제 다시 데리고 가는 길이에요."

"그럼 자주 베를린을 오가시는군요!"

"일 년에 두 번이요!"

"되프케 씨 사업이 잘 되는 모양이네요!"

그녀는 웃으며 몸을 살짝 비틀었다.

나는 여전히 물을 수 없었다. 이제 나도 깨달았다. 이 망설임은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알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하지만 나에게 모든 것이 똑같지 않은가? 내 마음속에는 아무런 생생한 감정도 없었다.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마리아도 제 나름대로 다른 되프케 씨를 찾았을 수도 있었다. 아마도 아직 결혼하지 않고 남자에서 남자로 옮겨 다니며 '믿을 만한 사람'을 찾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내 얼굴 선조차도 잊어버렸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고,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서로의 사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놀라움에 빠졌다. 어떻게 헤어질 때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가령, 우리가 곧 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상해서 기억력에 의지했다고 치자. 그런데 이제야 이것을 깨닫다니?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첫 몇 달 동안은 그녀의 얼굴 모든 선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언제든 어려움 없이 상상 속에 살려 낼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후...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 얼굴을 보고 상상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스레 피했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의 얼굴은, 비록 내 상상 속에서일지라도, 내 모든 평정을 잃게 할 만큼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옛날과 기억을 더 이상 어떤 감동도 느끼지 않으리라 확신하며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싶을 때,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녀의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프라우 되프케가 시계를 보고 일어섰다. 우리는 함께 역 쪽으로 걸어갔다.

그 여자는 앙카라와 터키에 매우 만족해했다:

"외국인을 이토록 존중하는 나라는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위스조차도, 번영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빚지고 있으면서도 이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모든 외국인을 마치 억지로 집에 들어온 사람처럼 보죠... 그런데 터키에서는 모든 사람이 외국인에게 무언가 편의를 봐 주려고 마치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아요; 게다가 앙카라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늙은 여자는 계속 말을 쏟아냈다. 작은 여자아이는 오십 보쯤 앞서 가며 손으로 길가의 나무들을 만지작거렸다. 역에 꽤 가까워진 후, 마지막 결심으로, 하지만 최대한 무관심해 보이려고 애쓰며 말을 꺼냈다:

"베를린에 친척이 많으신가요?"

"아뇨, 많지 않아요... 저는 원래 프라하 사람이에요, 체코계 독일인으로... 첫 번째 남편도 네덜란드 사람이었고요... 왜 물으세요?"

"제가 그곳에 있을 때, 당신 친척이라고 말하는 여자를 본 적이 있어서요..."

"어디서요?"

"베를린에서요... 그림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아마 화가였던 것 같아요..."

여자가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그래서요? 그다음은요?"라고 말했다.

나는 망설이며:

"그다음은... 글쎄요...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이 있었어요... 그 기회에..."

"이름 기억나요?"

"아마 푸더였을 거예요... 그래요, 마리아 푸더! 그림 아래에 서명이 있었어요... 카탈로그에도 적혀 있었고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시는 분인가요?"라고 말했다.

"네, 제 친척이라고 왜 말했죠?"

"글쎄요... 아마 제가 묵고 있는 하숙집 이야기를 했더니, 그쪽에서 자기 친척이 거기 있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지금은 당연히 기억이 안 나네요... 십 년이나 지났으니까요!"

"네... 적지 않은 시간이네요... 그 애 어머니가 저에게, 딸이 한때 어떤 터키인 이야기만 하루 종일 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혹시 당신인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딸이 그토록 흠모했던 그 터키인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 해에 프라하에 갔었는데, 거기서 딸에게서 터키 학생이 베를린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역에 도착했다. 여자는 기차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화제를 돌리면 다시 같은 주제로 돌아올 수 없어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을 알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가 말을 계속하기를 큰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짐을 기차 칸에 실어 놓은 호텔 직원을 보낸 후, 나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왜 물으시죠? 마리아를 아주 조금밖에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네... 하지만 제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나 봐요...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요..."

"훌륭한 화가였어요!"

내 마음속에 갑자기 나타난, 그러나 성질을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나는 물었다:

"'화가였어요'라고 하셨나요? 지금은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아이를 찾고, 아이가 칸에 들어가 앉은 것을 본 후, 고개를 내 쪽으로 숙이며 말했다:

"그럼요, 더 이상..." "왜냐하면 이제 살아 계시지 않으니까요!"

"뭐라고요?"

이 말이 내 입에서 휘파람처럼 새어 나오는 것을 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돌아보았고, 칸에 있던 아이도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며 놀란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여자의 눈이 조심스럽게 나를 살폈다:

"왜 그렇게 놀라시죠?"라고 말했다. "왜 창백해지셨어요? 아주 조금밖에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말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죽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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